왜 강팀들은 다시 롱볼에 주목하는가?

빠르고 효율적인 공격: 의도된 롱볼

한때 티키타카의 영향을 받아 짧은 패스와 선수 간 좁은 간격을 유지하는 전술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에 맞게 상대는 좁은 조직에 대한 압박 시스템을 발전시켰고, 이로 인해 짧은 패스만 고집해서는 상대를 공략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주목받는 사비 알론소, 아르네 슬롯과 같은 감독들은 짧은 패스와 롱볼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도입하여 상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이들은 상대의 구조와 조직 전술을 빠르게 읽어내고 그것에 맞게 적절한 전술을 구사합니다.


 

지난 10년간 프리미어리그의 롱볼 공격 데이터 변화

* 데이터는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FBref를 기준으로, 유럽 5대 리그 중 가장 전술적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기준으로 비교했습니다.

 
 

(15/16 EPL 골킥시 첫 패스 위치에 대한 성공(빨강)과 실패(회색) / 출처: Opta)

 
 

(24/25 EPL 골킥시 첫 패스 전달 위치 박스안(보라) & 박스 밖(빨강) / 출처: Opta)

 
 

지난 10년간 '롱볼 축구'의 진화 요약

과거 (2014-15 시즌 경):

  • 전략: 힘과 높이를 앞세운 단순하고 직접적인 공격.

  • 주 사용팀: 주로 중하위권 팀.

  • 데이터: 리그 평균 롱패스 시도 횟수가 지금보다 많았지만, 슈팅으로 연결되는 효율은 낮았습니다.

현재 (2024-25 시즌 경):

  • 전략: 상대의 압박을 역이용하는 '계산된' 공격 옵션. 짧은 패스로 상대를 유인한 뒤, 약속된 공간으로 롱볼을 투입하고, 팀 전체가 세컨드 볼을 따내기 위해 움직이는 '하이브리드 축구'의 핵심 요소가 되었습니다.

  • 주 사용팀: 리버풀, 레버쿠젠 등 최상위권 강팀.

  • 데이터: 롱패스 시도 횟수 자체는 줄었지만, 슈팅으로 연결되는 '다이렉트 어택' 횟수는 10년 전에 비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지난 10년간 롱볼은 '양'에서 '질'로, '단순함'에서 '정교함'으로 완전히 탈바꿈했습니다. 

과거에는 약팀의 고육지책이었다면, 현재의 '의도된 롱볼'은 강팀들이 발전된 압박 전술을 깨부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지능적이고 효율적인 '필수 무기'가 되었습니다.

 

 

데이터로 증명된 효율성: '다이렉트 어택'

이러한 전술의 효과는 '다이렉트 어택'을 통한 슈팅 횟수 데이터에서 드러납니다. 

'다이렉트 어택'이란 자기 진영에서 시작해 빠르게 상대 골문을 향해 전진하여 슈팅까지 이어진 공격을 의미하며, 이는 롱볼을 활용한 공격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참고: 이 데이터는 '득점'이 아닌 '슈팅'까지의 횟수입니다. 득점까지 연결된 데이터가 없어 대체합니다.

 

 

핵심 원칙은 무엇인가?

1. 수직적 위치 선정 (Vertical Positioning) & 수비 라인 고정 (Pinning)

공격수가 전방 깊숙이 위치하여 상대 수비수들을 뒷걸음치게 만들고, 특정 위치에 묶어두어 공간을 창출하는 단계입니다.

 
 

2. 압박 유인 (Baiting the Press)

후방에서 의도적인 백패스나 짧은 패스를 돌리며 상대를 끌어들이는 '미끼' 단계입니다. 상대가 압박을 위해 전진하도록 유도하여 뒷공간을 만들어냅니다.

 
 

3. 전환 트리거 (Transition Trigger) & 의도된 롱볼 (Intentional Long Ball)

상대가 압박을 위해 라인을 올리는 '순간'을 공격 전환의 신호(트리거)로 삼아, 약속된 전방 공간으로 빠르고 정확한 롱볼을 투입하는 단계입니다.

 
 

4. 집단적 세컨드 볼 경쟁 (Collective second ball battle)

롱볼이 날아가는 동안, 2선 선수는 전진하여 공중볼 경합 이후 발생할 세컨드 볼을 차지하기 위해 미리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 단계입니다.

 
 

5. 높은 지점에서의 볼 탈취 및 빠른 마무리 (High Regain & Rapid Finish)

전방 높은 위치에서 세컨드 볼을 따내고, 상대 수비가 재정비되기 전 가장 위협적인 상태에서 즉시 슈팅이나 결정적인 패스를 통해 득점으로 연결하는 최종 단계입니다.

 

 

결론

현대 강팀들이 롱볼에 다시 주목하는 것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고도로 발전된 압박 축구에 대한 가장 지능적인 대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비 알론소와 아르네 슬롯이 보여주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상대의 압박을 역이용해 공간을 만들고 약속된 롱볼과 집단적인 세컨드 볼 싸움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현대 축구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단지 두 감독이나 특정 팀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분석글에서 언급된 팀들 외에도 여러 강팀들이 의도적인 롱볼을 중요한 공격 옵션으로 활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파리 생제르맹(PSG)은 뎀벨레나 흐비차 같이 스피드를 가진 윙어에게 향하는 위협적인 롱볼로 상대 뒷공간을 공략합니다.

이처럼 '전술적 롱볼'은 이제 특정 팀의 고유 전술이 아닌, 점유율과 압박을 기본으로 하는 최상위 레벨의 팀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적인 무기가 되었습니다. 

상대의 허를 찌르고, 경기의 흐름을 단번에 바꾸는 '계산된 한 방'의 중요성은 앞으로의 축구에서 더욱 커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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