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현대, 어떻게 강등권 팀에서 압도적 1위 팀이 되었는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강등권에 머물던 전북 현대가 어떻게 리그를 지배하는 '압도적 1위'로 올라설 수 있었을까요?

그 중심에는 거스 포옛 감독이 있습니다. 

각 선수에게 가장 잘 맞는 역할을 주고, 팀 전체가 따라야 할 명확한 공격 및 수비 방법을 정해주는 것입니다.

전술적 유연성: 포옛의 철학

"제게 전방 압박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그렇다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선수단에 따라서 압박을 어떠한 방식과 강도로 할 것인지는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어느 수준만큼 압박하기를 바라지만 선수들이 이를 따라오지 못하면 뒷공간을 허용할 수 있잖아요."

(전북 현대 감독 부임 후, 스포츠니어스 인터뷰 중)

"저는 명확하게 정의된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아이디어들은 흑백논리처럼 경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저는 다른 감독들이 채택하는 다양한 스타일과 방식들을 존중합니다."
(선덜랜드 감독 시절, Chronicle Live 인터뷰 중)


개인 장점 극대화와 명확한 역할 부여

거스 포옛 감독의 철학은 각 선수에게 명확한 역할을 부여하여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1. 빌드업 단계: 후방에서의 전개

빌드업의 시발점 (김진규): 팀 공격의 시작을 담당하는 핵심 선수입니다. 정확한 전진 패스 공급 능력을 바탕으로 후방에서 공격의 방향과 질을 결정합니다.

2. 중원 조합: 안정과 에너지의 공존
중원은 안정성과 활동량을 겸비한 두 선수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팀의 '에너지 허브' (강상윤):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경기장 곳곳의 빈 공간을 커버합니다. 동료를 위해 헌신적으로 움직이며 팀 전체의 에너지 레벨을 높이는 역할을 맡습니다.

수비 안정성의 핵 (박진섭): 뛰어난 예측력으로 상대의 역습 흐름을 미리 차단하는 '흐름 차단기' 역할을 합니다. 중원에서 수비 대형을 조율하며 안정감을 더합니다.

3. 공격 조합: 다양한 패턴의 시너지

공격진은 타겟 플레이, 개인 기술, 침투, 측면 공격 등 각기 다른 장점을 가진 선수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집니다.

최전방 타겟 (티아고 & 콤파뇨): 강력한 피지컬을 이용해 최전방에서 공중볼을 따내거나 공을 지켜주는 '포스트 플레이어' 역할을 합니다. 이들의 경합에서 파생되는 공은 팀의 2차 공격 기회가 됩니다.


공간 침투의 극대화 (김태현 & 강상윤):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공격 시 적극적으로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합니다. 이를 통해 직접 득점을 노리거나 다른 공격수에게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기술적인 '미끼' (송민규): 좁은 공간에서 상대를 끌어들이는 탈압박 능력이 뛰어납니다. 수비를 자신에게 집중시킨 후, 비어있는 동료나 공간으로 연결하는 창의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결정짓는 '피니셔' (전진우): 빌드업에 깊게 관여하기보다, 득점 자체에 집중하는 '해결사'입니다.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마지막 패스를 받아 마무리하는 움직임에 강점을 보입니다.

측면의 공격 무기 (김태환): 날카로운 크로스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적의 위치를 선점합니다. 동료들 또한 김태환의 크로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측면 공격의 파괴력을 높입니다.


핵심 전술 원칙: '효율성'

포옛의 전술은 '개인과 팀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최소한의 과정으로 최대의 결과를 낸다'는 '효율성'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귀결됩니다.

이를 위해 팀은 다음 6가지 원칙을 유기적으로 수행합니다.

1. 목적성 있는 소유: 상대를 유인하는 '미끼'

포옛의 축구는 볼을 소유하되, 그 목적은 상대를 끌어내기 위함입니다.
후방에서 짧은 패스를 돌리는 것은 점유율 자체가 아니라, 상대가 압박하러 나오는 순간을 만들기 위한 '미끼'입니다.
상대가 전진하면, 그 즉시 비어있는 전방 공간으로 '의도된 롱볼'을 투입해 한번에 공격을 전개합니다.

2. 전방에서의 싸움: '타겟 & 러너' 조합

전방에는 티아고, 에르난데스와 같이 신체 조건이 좋은 '타겟'형 공격수를 배치합니다.
이들이 상대 수비수와 제공권 싸움을 벌여 공을 떨어뜨리면, 주변에 있던 전진우, 송민규 같은 빠른 '러너'들이 그 세컨드 볼을 잡아 지체 없이 득점을 노리는, 빠르고 직선적인 공격을 추구합니다.

3. 공간 창출: '과부하'를 이용한 방향 전환

송민규나 김진규 같은 기술이 뛰어난 선수들이 한쪽 측면(예: 좌측)에 선수들을 집중시켜 상대를 유인합니다(과부하).
상대 수비가 한쪽으로 쏠리는 순간, 비어있는 반대편(우측)의 전진우에게 빠르게 공을 보내 1대1 기회를 만들거나,
김태환의 위력적인 크로스를 활용해 득점을 노립니다.

4. 수비 전환의 안정성: '레스트 디펜스(Rest Defence)'

레스트 디펜스란, 우리 팀이 공격하고 있는 동안, 공을 뺏겼을 때의 역습을 대비하여 후방에 미리 구축해 놓는 안정적인 수비 구조를 의미합니다.

공격이 실패하고 수비로 전환되는 국면에서는 박진섭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는 뛰어난 경기 흐름 예측 능력으로 5대5 경합 상황이나 애매한 공의 소유권을 빠르게 되찾아와, 상대의 역습을 1차적으로 저지하는 '레스트 디펜스'의 핵심 역할을 수행합니다.

5. 공격 전환의 속도: '레스트 어택커(Rest Attacker)'

반대로 수비 시에는 최전방 공격수 한 명을 의도적으로 수비에 깊게 가담시키지 않는데, 이를 '레스트 어택커'라고 합니다. 이 선수의 임무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상대 백패스 길목을 제한하며 상대의 공격방향을 강제한 뒤 실수를 유도 합니다.

둘째, 우리 팀이 공을 탈취했을 때 빠르게 역습을 시작할 수 있는 전방의 거점 역할을 합니다.

6.상대 반응 역활용: '백패스 트랩 (Back-pass Trap)'

공격 상황에서 약속된 플레이를 통해 상대 수비의 뒷공간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지능적인 공격 패턴입니다. 

1단계: 유인 (Luring the Defense)

  • 의도적으로 백패스를 하여, 상대 수비 라인이 공을 따라 전진하도록 유도합니다.

2단계: 공간 확보 (Pinning & Creating Space)

  • 이때 전방 공격수들은 공을 받으러 내려오지 않고, 상대 수비 라인의 끝에 머무릅니다.

  • 이러한 움직임은 상대 수비수들을 묶어두는 동시에, 전진한 수비 라인 너머의 뒷공간을 확보하는 역할을 합니다.

3단계: 공략 (Exploiting the Space)

  • 후방에서 백패스를 받은 선수는 짧은 패스로 경기를 전개하는 대신, 비어있는 뒷공간으로 한 번에 롱패스를 투입합니다.

  • 이를 통해 전방 공격수에게 직접 연결하여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창출합니다.

 

 

결론

거스 포옛 감독은 전북 현대에 단순히 하나의 전술을 이식한 것이 아닙니다. 

그는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명확한 역할을 부여하고, 이를 빌드업, 공격 전환, 수비, 경기 운영 등 모든 국면에서 통용되는 유연하고 지능적인 팀 전술에 녹여냈습니다. 

잘 짜인 조직력 안에서 선수들이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하게 만드는 그의 방식이야말로, 전북을 다시 리그 정상으로 이끈 핵심 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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